잡담

이노캠을 시작하며

haema_ 2023. 6. 19. 20:1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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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사실, 코딩은 어렸을 때부터 쭉 나의 관심사였던 것 같다.

코딩과 비슷한 것을 처음 접했던 건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서 Use Map Settings의 개념이었다.

맵을 제작할 수 있는 맵 에디터에서 제공해주는 trigger라는 일종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서 승리 조건과 패배 조건, 게임 방식등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이었다.

 당연히 실제 코딩과 비교하면 매우 제한적인 기능에 구성도 단순했지만, 어린 나이에 영어로 된 트리거들을 읽어보고 찾아가면서까지 할 만큼 뭔가를 만들어내는 경험은 당시의 나에게 엄청난 재미였던 것 같다.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몰입했던 분야는 일명 '폭탄피하기' 였는데, 스테이지 별로 건너갈 수 있는 길이 몇몇 칸으로 나눠져 있고 특정 패턴으로 폭탄이 터진다. 플레이어는 안 터지는 칸을 찾아다니면서 무사히 건너가면 스테이지가 클리어되는 방식의 게임이었다.

 

 

폭탄피하기

 

 당시의 스타크래프트는 클릭 후에 실제로 유닛이 움직이기까지의 반응 속도가 꽤 느렸다. 그래서 폭탄피하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클릭 후 유닛이 실제로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도 계산해서 미리 클릭을 해놓아야했다. 또 유닛이 바라보고 있던 방향과 이동할 목표 위치의 각도에 따라서도 반응시간이 다르다거나, 여러 번 클릭하면 더 빠르게 반응하는 등 폭탄피하기라는 분야를 일정 수준이상으로 잘 하기 위해서는 신경 쓸 것이 매우 많았다.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욱 빠져들게 된 것 같다.

 그리고 맵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계획한 길 외의 편법이 없도록 터지는 시간 간격을 잘 조절하고, 플레이어가 움직이는 거리도 치밀하게 계산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. 폭탄을 피하는 유닛이 움직일 수 있는 최대 속도를 계산해서 폭탄 패턴을 작성하게 되면, 플레이어들은 거의 픽셀 단위수준으로 가장 최적화된 위치만을 상황에 맞는 정확한 클릭법으로 찍어야만 클리어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.

 또 무조건 어렵게 제작하는 것만 마냥 좋았던 것도 아니고, 적당한 난이도로 재미있게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제작했을 때도 매우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.

 

 어쨌든 코드와 비슷한 개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나에게는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. 하지만 게임으로 처음 접하게 된 개념이기도 하고 폭탄 피하기에 필요하지 않은 트리거들은 대부분 어떤 기능인지조차 모르는 것들이 많은 등 내가 관심있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크게 알려고 하지 않았다보니, 뭔가 직업적으로 개발자를 생각하기에는 너무 막연했던 것 같다.

그렇게 비전공으로 전혀 다른 삶을 살다가, 우연한 기회로 개발자 과정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.

아직은 모르는게 훨씬 더 많지만, 나에게 주어진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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